한국은 법안 논의 중인데 해외는 이미 결제한다, 디지털자산의 다음 기회는?
8억 홍콩달러짜리 정부 채권이 블록체인에서 발행되고, 미국에서는 은행이 Visa와 주고받는 정산대금을 USDC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먼 미래를 그린 장면이 아닙니다. 홍콩 정부의 2023년 발행과 Visa가 2025년 12월 발표한 실제 사례입니다.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이 아직 논의 단계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관련 산업의 가능성까지 법안 통과 뒤로 미뤄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기회는 코인 가격 상승보다 금융의 발행·유통·정산 과정이 바뀌는 데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과정을 맡을 사업자를 살펴볼 때입니다.
다만 출발선은 구분해야 합니다. 토큰증권은 관련 법률이 이미 통과돼 시행 준비 중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속도로 묶으면 앞으로 어떤 사업이 먼저 열릴지 놓치게 됩니다.

토큰증권은 시행 준비,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입법 논의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토큰증권 관련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26년 1월 15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10월에는 하위법규 개정안을 내놓았고, 의견 수렴 기간은 10월 2일부터 11월 11일까지입니다. 시행 예정일은 2027년 2월 4일입니다. 금융위 법률 통과 발표, 하위법규 입법예고
토큰증권은 새로운 이름의 코인을 자유롭게 발행하자는 제도가 아닙니다. 주식·채권·수익증권 등에 담긴 권리를 분산원장에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무엇을 보유하는지는 여전히 그 증권의 권리 내용으로 판단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남은 관문도 구체적입니다. 어떤 증권을 어떤 구조로 발행할지, 장부를 누가 관리할지, 어디에서 거래할지와 관련 등록·인가 요건을 맞춰야 합니다. 법률 통과가 곧 모든 사업자의 영업 개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시행 준비가 진전되면 기술 구축과 금융회사 협업 수요부터 나타날 수 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입법 논의가 더 남아 있습니다. 10월 1일 블록미디어가 보도한 민병덕 의원의 발언도 국정감사 후 공청회와 법안소위 논의를 거쳐 연내 처리하겠다는 추진 계획이었습니다. 발행 주체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도 정책 쟁점으로 제시됐습니다. 연내 처리 의지를 통과 일정 확정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10월 1일 현장 보도
이 차이는 관련 기업을 보는 순서를 바꿉니다. 토큰증권에서는 시행에 맞춘 상품·유통 준비가 중요하고, 스테이블코인에서는 발행 자격과 상환·준비자산 규칙이 사업의 범위를 결정합니다. 상표 출원이나 업무협약만으로 향후 매출을 계산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같은 토큰이어도 내가 갖는 권리는 다르다
| 구분 | 무엇을 나타내나 | 사업 기회가 생길 수 있는 곳 |
|---|---|---|
| 토큰증권 | 주식·채권 등 증권에 담긴 권리 | 상품 발행, 계좌·권리 관리, 유통 |
| 스테이블코인 | 특정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한 토큰 | 발행·상환, 유통, 결제·정산 연결 |
| 예금토큰 | 은행 예금을 토큰 형태로 표현 | 은행 결제, 조건부 지급, 정산 |
| 일반 가상자산 | 자산마다 다른 네트워크·이용 구조 | 거래, 보관, 네트워크 서비스 |
특히 예금토큰과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섞어 보면 안 됩니다. 한국은행이 설명한 프로젝트 한강의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바탕으로 합니다. 은행 앱에서 예금을 토큰으로 바꿔 사용하는 구조이지, 특정 코인 사업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를 받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한국은행 예금토큰 설명
투자 관점에서는 기술 이름보다 권리를 지키는 주체, 돈을 돌려주는 주체, 수수료를 받는 주체가 중요합니다. 이 셋을 구분하면 같은 디지털자산 테마 안에서도 은행·증권사·결제회사·IT회사의 기회가 왜 다른지 보입니다.
EU는 공통 규칙을 만들었고, 홍콩은 채권을 발행했다
EU의 MiCA는 자산준거토큰과 전자화폐토큰 관련 규칙을 2024년 6월 30일부터 적용했고, 나머지 주요 규정은 12월 30일부터 적용했습니다. 가상자산 서비스를 제도 안에서 다룰 공통 틀을 마련한 사례입니다. 다만 금융상품에 해당하는 토큰은 MiCA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별도의 증권 규율을 봐야 합니다. 유럽도 코인과 증권을 하나의 규칙으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EU 법령 요약, ESMA 적용 범위
규칙이 생기면 사업자에게 비용만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허용 범위와 책임이 명확해질수록 금융회사는 장기 시스템 투자와 고객 서비스 설계를 하기 쉬워집니다. 국내에서도 인가 요건이 구체화되는 과정은 참여 가능한 회사를 가려내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홍콩 정부는 2023년 2월 8억 홍콩달러 규모의 토큰화 녹색채권을 발행했습니다. 만기는 365일, 표면금리는 4.05%였고, 결제는 2월 16일 T+1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는 당시 발행 조건이며 현재 투자 가능한 금리 안내가 아닙니다. 홍콩 정부 발행 발표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채권 토큰과 현금 토큰을 맞바꾸는 동시결제 구조입니다. 단순히 채권 이름에 블록체인을 붙인 데서 그치지 않고 권리 이전과 대금 지급을 연결했습니다. 발행사뿐 아니라 플랫폼 제공자·수탁기관·등록과 지급 업무를 맡는 금융회사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국내 토큰증권의 기회도 이처럼 여러 층으로 나뉠 가능성이 큽니다. 상품을 만드는 곳, 거래 고객을 모으는 곳, 권리와 자산을 보관하는 곳,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 각각 매출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거래가 적다면 초기 구축 수요가 반복 수수료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Visa 사례에서 더 큰 힌트는 소비자 화면 뒤에 있다
Visa는 2025년 12월 16일 미국 내 USDC 정산 도입을 발표했습니다. 초기 참여 은행인 Cross River Bank와 Lead Bank가 솔라나 블록체인에서 Visa와 USDC 정산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는 경험을 바꾸지 않고, 그 뒤에서 은행과 Visa가 대금을 주고받는 방식을 바꾸는 사례입니다. Visa 공식 발표
주말과 휴일을 포함한 주 7일 정산이 가능해지면 금융회사는 자금 이동과 유동성 관리 방식을 다시 설계할 수 있습니다. 발표에 포함된 추가 참여 확대는 계획이며, 이 사례를 모든 Visa 결제가 USDC로 전환됐다는 뜻으로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이 대목이 국내 기업을 볼 때 특히 유용하다고 봅니다. 소비자가 새 지갑을 배우지 않아도 기존 결제망 뒤에서 디지털자산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가맹점·은행·기업 고객과 연결된 사업자는 새로운 정산 방식을 기존 서비스에 붙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거래 처리 비용이 줄었다고 그 절감분이 전부 회사 이익으로 남지는 않습니다. 경쟁에 따라 고객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고, 보안·자금세탁방지·상환 관리 비용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실제로 봐야 할 것은 처리액 증가와 함께 거래당 남는 수익이 유지되는지입니다.
국내 관련 기업은 ‘코인 이름’보다 맡을 역할부터
앞으로 국내 기업을 분석할 때는 세 가지 경로를 중심에 두려 합니다.
먼저 증권 발행과 유통입니다. 금융회사와 플랫폼이 적합한 상품을 공급하고 투자자 접근성을 높인다면 발행·중개·관리 수수료가 생길 수 있습니다. 상품 수가 늘어도 거래가 뒤따르지 않으면 수익은 제한됩니다. 실제 발행 규모, 반복 거래, 유통 수수료를 함께 봐야 합니다.
다음은 결제와 정산입니다. 기존 고객망에 새로운 지급 수단을 붙이는 사업은 기술 자체보다 사용처 확보가 중요합니다. 결제회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까지 직접 맡을지, 다른 발행사의 토큰을 유통·정산하는 역할을 맡을지에 따라 수익 구조도 달라집니다. 발행사로 지정되지 않아도 연결 서비스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수탁·장부 관리·보안 인프라입니다. 금융권이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자산과 권리의 기록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초기 시스템 구축 매출이 유지보수·운영 수익으로 이어지는지, 계약 상대와 사업 규모가 확인되는지가 관건입니다.

해외에서 이미 작동한 구조가 있다는 점은 국내 시장을 기대할 근거입니다. 다만 수혜 기업은 제도가 열렸을 때 고객과 거래를 실제로 가져오는 곳에서 갈릴 것입니다.
국내 입법에는 넘어야 할 문턱이 남아 있습니다. 그동안 관련 기업을 아예 보지 않기보다, 법이 열어 줄 역할과 회사가 준비한 사업이 맞아떨어지는지 살펴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결제 과정에서 누가 어떤 돈을 받을 수 있는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앞선 미국 기업 비교는 로빈후드·코인베이스·써클 분석에서 이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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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와 필자의 견해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으며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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