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란? AI 서버와 자동차가 먹는 간식
사람이 일을 하다 보면 식사시간이 되기도 전에 배가 고파집니다. 다음 식사까지 버티기 어려울 때는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죠.
전자제품 안에서도 비슷한 순간이 생깁니다. 반도체가 갑자기 많은 일을 하면 짧은 순간에 전기가 더 필요해집니다. 이때 바로 옆에서 전기를 보충해 주는 작은 부품이 MLCC입니다.
작은 배터리처럼 전기를 잠깐 저장했다가 빠르게 보충하는 부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전원이 연결돼 있어도 멀리 있는 전원회로가 빠른 변화를 따라가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MLCC는 반도체칩 가까이에서 그 짧은 틈에 필요한 전류를 보충합니다. AI 서버에도, 자동차에도 이 작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겹겹이 쌓인 작은 부품 안에 전기를 담습니다
MLCC의 안쪽에는 얇은 금속 전극과 세라믹 층이 번갈아 들어 있습니다. 전극 사이의 세라믹은 전기가 쉽게 통하지 않게 해 주는 재료입니다. 이런 재료를 유전체라고 부릅니다. 내부 전극들은 양쪽 바깥 단자에 교대로 연결돼 있고, 그 사이에 전하를 저장합니다. 무라타의 구조·제조 원리 설명

전압이 걸리면 전극에 전하가 모이고, 그 사이의 전기장에 에너지가 저장됩니다. 회로에서 전류가 더 필요한 순간에는 이 에너지를 빠르게 내어줄 수 있습니다. 앞에서 작은 배터리에 빗댄 것도 전기를 저장했다가 보충한다는 역할 때문입니다. 배터리는 주로 화학반응을 이용하고, MLCC는 전기장에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콘덴서의 충전·방전 원리
이처럼 전기장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자부품을 콘덴서, 또는 커패시터라고 합니다. MLCC는 그중 세라믹을 여러 층으로 쌓아 만든 종류입니다. 이름도 Multi-Layer Ceramic Capacitor에서 왔고, 우리말로는 적층세라믹콘덴서입니다. 작은 공간에 필요한 용량을 담기 위해 층을 겹겹이 쌓은 셈입니다.
MLCC가 맡는 일은 회로의 짧은 전류 변화를 보완하는 것입니다. 기기를 오래 구동하는 배터리나 정보를 기록하는 메모리칩과는 쓰임이 다릅니다. 콘덴서에도 알루미늄 전해콘덴서, 실리콘 커패시터 등 여러 종류가 있어, 회로에 맞춰 함께 골라 씁니다. 콘덴서 종류별 선택 가이드
전원이 있어도 칩 바로 옆에 두는 이유
전기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칩이 바쁘게 움직이는 순간에 필요한 만큼 공급돼야 합니다. 여기서 전압은 전하를 움직이게 하는 전기적 차이이고, 전류는 단위시간당 흐르는 전하의 양입니다. 칩이 갑자기 더 많은 전류를 요구하면 공급 경로의 전압이 순간적으로 내려갈 수 있고, 일이 줄어들 때도 전압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기판 위의 가느다란 배선도 이 변화에 영향을 줍니다. 배선의 저항은 전류가 흐를 때 전압 손실을 만들고, 전류가 급격하게 바뀌는 것을 어렵게 하는 성질도 있습니다. 뒤의 성질을 인덕턴스라고 합니다. 칩까지 전류가 오가는 길이 길수록 빠른 변화를 보완하기가 까다로워지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칩 가까이의 전원선과, 전류가 돌아오는 기준 경로인 접지 사이에 MLCC를 붙입니다. 칩에 전류가 공급되는 길 옆에 별도의 갈래를 만드는 병렬 연결입니다. 가까운 부품이 순간적인 전류 수요 일부를 먼저 보충해 주면 전원회로가 반응하는 동안 전압이 덜 흔들립니다. 이렇게 칩 주변에서 빠른 변화를 보완하는 용도를 디커플링이라고 부릅니다. 무라타의 배선·전원 임피던스와 디커플링 설명

저장한 전하를 꺼내 쓰면 MLCC의 전압도 변합니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충할 수 있는지는 저장 용량과 부품의 특성, 회로 배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까이 놓는 것과 알맞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함께 필요한 셈입니다.
MLCC는 전원에 섞인 노이즈를 줄이는 데도 쓰입니다. 불필요한 빠른 전압 변화에 대해, 콘덴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주파수 범위에서는 노이즈 전류가 통과하기 쉬운 경로를 제공합니다. 그 전류가 가까운 접지 경로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때도 칩 가까이 두고 배선을 짧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커플링·평활·필터 용도 설명
전압을 목표값에 맞추는 일은 전원 변환·제어회로가 맡습니다. MLCC는 그 옆에서 저장한 전하와 주파수 특성을 이용해 빠른 변화를 보완합니다. 회로를 설계할 때 용량뿐 아니라 부품의 위치, 배선 길이, 대응할 주파수 범위까지 살피는 이유입니다.
AI 서버는 짧은 순간에도 많은 전류가 필요합니다
AI 서버에서 계산을 맡는 GPU와 CPU는 작업량에 따라 필요한 전류가 빠르게 달라집니다. 이 칩들은 낮은 전압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전압 흔들림도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계산을 잘하는 칩만큼, 그 칩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설계도 중요합니다.
삼성전기는 2025년 10월 기술자료에서 GPU 가까이에 놓이는 고용량 MLCC가 전류를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칩 주변의 자리는 좁지만 필요한 용량은 확보해야 하고, 부품과 배선의 저항·인덕턴스가 만드는 영향도 줄여야 합니다. 작은 부품 하나에도 여러 조건이 함께 걸려 있습니다. 삼성전기 AI 서버 전원·컴퓨팅 기술자료
서버 안의 모든 MLCC가 같은 조건에서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버 안에 전력을 나누어 전달하는 배전 구간과, 전압을 낮춰 GPU 같은 칩에 공급하는 구간이 함께 있습니다. 앞쪽에서는 견뎌야 하는 전압이 중요하고, 칩 바로 옆에서는 빠른 전류 변화에 대응할 용량과 배치가 중요합니다. 같은 서버 안에서도 설치 위치에 따라 고전압 제품과 낮은 전압의 고용량 제품이 각각 필요합니다.
제품 설명에 나오는 정전용량은 전하를 얼마나 저장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특성입니다. 정격전압은 제조사가 정한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압의 한계입니다. 저장하는 능력과 견디는 전압을 따로 보는 것입니다. 제조사는 재료와 구조를 조절해 사용 위치에 필요한 두 조건을 함께 맞춥니다.
자동차에서도 작은 전자회로를 돕습니다
자동차를 떠올리면 전기차의 큰 배터리가 먼저 생각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에도 엔진을 제어하는 전자장치와 여러 센서가 있습니다. 이 회로들 역시 안정적인 전원이 필요합니다. 무라타가 소개하는 자동차용 MLCC의 적용 사례에도 엔진 제어장치와 차량 센서가 들어 있습니다. 무라타의 자동차·산업용 적용 기술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을 살피고 운전을 돕는 기능이 늘면, 그 정보를 처리하는 반도체와 차량 내부 통신도 중요해집니다. 이런 기능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ADAS라고 합니다. 관련 회로의 전압이 흔들리거나 노이즈가 커지면 안정적인 신호 처리가 어려워집니다. 삼성전기가 2024년 발표한 차량용 MLCC의 적용처에도 ADAS 데이터를 관리하는 게이트웨이 모듈이 포함됩니다. 삼성전기 ADAS 게이트웨이용 MLCC 발표
ADAS 같은 전자 기능은 내연차와 전기차 모두에 쓰입니다. 전기차에는 여기에 배터리 상태를 살피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 BMS와 전력을 바꾸어 전달하는 회로도 들어갑니다. MLCC는 이곳에서도 작은 전원·제어회로를 보조합니다. 자동차를 움직일 큰 에너지를 담는 구동 배터리와는 역할이 다릅니다.

자동차에서는 회로가 놓일 환경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온도가 달라지고 진동이 생기며, 기판이 휘면서 부품에도 힘이 전달됩니다. 단단한 세라믹에 균열이 생겨 내부 전극 사이가 연결되면 단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줄이려고 단자에 탄성이 있는 층을 넣어 힘을 완화합니다. 이런 구조를 소프트 터미네이션이라고 부릅니다. TDK의 기판 휨·균열과 단자 구조 설명
차량용 제품 설명에서 AEC-Q200이라는 표기를 만나면, 자동차용 수동부품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시험 요구와 관련된 표시로 이해하면 됩니다. 무라타가 2026년 4월 양산을 발표한 차량용 MLCC도 이 요구에 대응하는 제품입니다. 실제 회로에 맞는지는 사용 조건과 함께 확인해야 하며, 부품의 시험 결과가 차량 전체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라타 차량용 MLCC 양산 발표
작게 만드는 일도, 알맞게 고르는 일도 기술입니다
작은 몸체 안에 많은 용량을 담으려면 세라믹과 전극을 얇고 균일하게 만들고, 정밀하게 쌓아야 합니다. 전극끼리 닿지 않게 절연을 유지하면서 세라믹과 금속을 함께 열처리하고, 결함이 있는지도 검사합니다. 소재 입자와 첨가물, 적층, 열처리, 검사까지 이어지는 제조 기술이 제품의 성능을 만듭니다. 삼성전기의 MLCC 소재·제조 공정 설명
제품에 적힌 용량을 읽을 때는 실제로 사용할 전압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전하를 많이 저장하는 데 유리한 고유전율 세라믹을 쓰는 일부 MLCC는 직류 전압이 걸리면 유효 정전용량이 줄어듭니다. 이를 DC 바이어스 특성이라고 합니다. 세라믹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어, 설계자는 표시된 숫자와 실제 동작 전압에서 남는 용량을 함께 확인합니다. 무라타의 전압에 따른 유효 정전용량 설명
그래서 MLCC 제품 자료에는 소형화, 고용량, 고전압, 낮은 저항, 높은 신뢰성이 함께 등장합니다. 어느 하나의 숫자만 높이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 사용할 회로에 맞춰 조건을 조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칩 옆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제품과 차량 전원선의 전압·기계적 스트레스를 고려하는 제품은 설계의 초점도 달라집니다.
관련 기업은 만드는 제품과 맡은 역할을 봅니다
이제 회사 이름을 보면 제품의 쓰임도 조금 더 잘 보입니다. MLCC를 실제로 만드는 기업에는 삼성전기, 무라타, 태양유전, TDK가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 별도 회사입니다. 각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서 확인되는 제품과 용도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 제조사 | 공식 자료에서 확인되는 제품·용도 |
|---|---|
| 삼성전기 (009150) |
2026년 7월 실적 발표에서 AI 서버·네트워크 등 데이터센터와 차량용 MLCC 판매 증가를 설명했습니다. 칩 주변의 고용량 제품과 차량용 고신뢰성 제품을 함께 다룹니다. 사업 발표 |
| 무라타 (도쿄 6981) |
2026년 4월 차량용 소형·고용량 MLCC의 양산을 발표했습니다. ADAS 반도체 주변과 차량 전원선용 제품을 구분해, 같은 자동차 안에서도 사용 전압과 위치가 다름을 보여줍니다. 제품 발표 |
| 태양유전 (도쿄 6976) |
AI 서버용으로 기판 안에 내장할 수 있는 MLCC를 공개했습니다. 필요한 용량을 작은 공간에 넣고 회로 가까이에 배치할 수 있게 하는 제품 접근입니다. 제품 발표 |
| TDK (도쿄 6762) |
2026년 9월 AI 서버·전동화 차량 등의 전원선에 쓰는 고전압·고용량 소프트 터미네이션 제품을 발표했습니다. 단자에서 기계적 스트레스를 완화하면서 저항도 낮추는 설계입니다. 제품 발표 |
국내에서는 삼화콘덴서(001820)가 MLCC 제품을 제공하고, 아모텍(052710)은 고주파 회로에서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High-Q MLCC 등을 소개합니다. 같은 MLCC를 만든다고 해도 어떤 회로를 겨냥하는지 살펴보면 사업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생산에 필요한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코스모신소재(005070)는 얇은 세라믹 층을 만드는 공정에 쓰는 이형필름을, 대주전자재료(078600)는 자동차용 MLCC의 전극과 관련된 전도성 페이스트를 소개합니다. 완성된 부품을 만드는 회사와 공정·전극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가 각각 맡는 일이 다릅니다.
관련주를 볼 때도 먼저 이 역할을 나누어 보면 좋습니다. 제품을 개발했다는 소식, 고객이 채택했다는 소식, 매출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각각 따로 확인할 내용입니다. 다른 전자부품도 함께 만드는 회사라면 MLCC가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살펴야 합니다.
제품 자료에서 “고용량”이나 “고신뢰성”이라는 말을 만나면, 그 부품이 어느 회로에서 어떤 변화를 보완하려는지 함께 살펴보세요. 작은 MLCC의 사양에도 칩과 자동차가 필요로 하는 전원의 조건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시장 상황은 빠르게 변할 수 있으므로 실제 투자 전 최신 공시와 자료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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